은둔여행자
하로가 행방불명된 지 4년. 그녀가 살았던 집에서 영빈(나)는 미국 유학을 접고 돌아와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다. 영어가 능하니 유럽여행 가이드를 한번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고 벌써 3년 차의 유럽여행 가이드로 살고 있다.
하로의 흔적과 사는 그는 자신의 석고상에 ‘하로’란 이름을 붙여주고 혼자 말을 주고받기도 한다. 그녀가 사라지기 전, 그녀의 말은 겹겹의 옷을 껴입고 있어 영빈에게는 좀처럼 해독하기 어려운 암호처럼 들렸다.
하로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 핀잔만 듣던 일상이었지만 지금은 그 조차도 들을 수 없으니 그리울 뿐이다. 가이드 생활 3년차인 영빈의 집 달력은 4년 전 10월에 박제되어 있다.
그리고 2016년 2월, 지금은 학생들의 봄방학이다. 영빈은 유럽여행상품을 구입한 스물아홉 명의 고객을 맡게 된다. 그들의 인솔자로 오스트리아, 칠레, 슬로바키아, 헝가리 등 중부유럽을 처음 보는 사람들과 여행하게 되면서 영빈에게 새로운 위기가 찾아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