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뱀 쿠니야의 비밀
한국 소설의 배경이 반드시 한국일 필요는 없다. 그러나 한국에서 나고 자랐다면 한국의 모습을 소설에 녹여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수밖에 없다. 20년 남짓을 외국에서 살아온 테리사 리의 소설은 그래서 특별하다. 1998년부터 호주에서 살아온 작가는 호주라는 공간 속에서 마주하는 현지의 문화와 한국의 이야기를 버무려 글을 써내려간다. 이야기 속 인물로 등장하는 한국인 워홀러(외국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나는 사람을 뜻함)나 한글 이야기 등 소재를 통하여 모국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짐작해볼 수 있다.
표제작 [비단뱀 쿠니야의 비밀]은 한국 레스토랑 '마늘'의 종업원인 '종미'와 주변인의 이야기이다. '종미'는 워킹홀리데이를 하러 온 한국인으로, "비단뱀 쿠니야가 멸종하는 날 인간의 종말이 도래할 것이다"라고 쓴 다이어리만 남기고 갑자기 사라진다. 종미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작가는 차근차근 되짚어가며 짧은 호흡으로 독자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표제작 외에 계간웹북 제15회 신인문학상 소설부문 당선작인 그라피티 등이 수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