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근대문학선
운파군의 사건이 있은 지도 달포가 넘었다. 주위와 친구들이 한바탕 떠들썩도 했고 그의 종적을 수색하노라고 발끈들 뒤집혔었으나 이제 와서는 벌써 실종(失踪)의 사실로밖에는 돌릴 수 없게 되었다. 날마다 내게 쫓아와서는 울고 보채고 하던 군의 부인과 식구들도 결론을 안 바에야 얼마간 가라앉은 것도 사실인 듯해서 요새는 그들의 자태를 보기도 드물게 되었다. 가장을 잃은 집안이 얼마나 쓸쓸하고 적막할 것을 생각하고 그들의 자태에 눈자위가 따끈해지기도 했으나 요새 와서는 나도 가라앉은 마음에 운파 자신의 몸 위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