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에 그녀가 드리운 밤 - 미스터리 큐브 단편선 002
<부디 저를 무시하고 지나가 주세요. 제 마음에 들면, 당신은 죽습니다.>
밝은 보름달이 뜬 어느 날 밤, 자신이 정을 갖는 사람은 반드시 죽는다고 믿는 가람은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기 위해 산책을 나온다. 그녀는 달빛 산책로라는 마을에서 제법 유명한 산책로에 서서 달을 바라보고는 생각에 잠긴다. 그리고 달을 보고 더욱 우울해진 그녀는 산책하는 동안 아무도 만나지 않길 바라며 산책로 가운데에 있는 공터로 향한다. 한편 늘 자신이 행복하다고 믿는 가희는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을 기대하며 들뜬 마음으로 달빛 산책로를 걷기 시작하는데….
[본문 발췌]
“선생님도 저 신경 쓰지 마세요.”
저는 지금까지 다른 선생님들께 그랬듯이 감정을 억누르며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선생님은 들고 계신 드럼채로 제 머리를 살짝 두드리셨습니다.
“선생님한테 못하는 소리가 없어.”
선생님은 머리를 문지르는 저를 보며 웃으며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과학만 이제 10년을 가르친다. 그런 걸 믿을 거 같아?”
그 순간 저는 선생님을 소중한 사람이라고 생각해버리고 말았습니다. 돌이킬 수 없는 그 감정은 제 마음 한편을 차지했습니다. 저는 빌고 또 빌었습니다. 부디 죽음이 선생님을 빗겨 지나치길 말입니다.
- ‘달빛에 그녀가 드리운 밤’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