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 사랑과 삶에 관한 작고도 작은, 시적 산책
먼지 쌓인 종이는 낡았고 구겨졌다. 구김살 없이 세월을 견디기는 힘들었을까. 내가 시간 앞에 무심히 팽개쳐두었던 종이들은 그 중요도를 분류 받지 못하고 묵묵히 위로 축적되기만 했다. 눌린 글들은 쌓이는 자료들의 무게를 견뎠다.
꼬깃꼬깃 하던 지면에서 먼지를 털어내고 손바닥으로 뜨거운 기대 품고 종이를 다리자, 활자들이 저마다 획을 뻗어 기지개를 켠다. 바래진 잉크에서 추억이 어깃장을 놓는다. ‘?'이 되지 못한 활자들은 주인에게서도 ‘체크’받지 못한 채 오래 기다렸다고 투덜댔다.
문장들은 매우 진지했다. 이런 시절 있었나 싶어 웃음 나오게 하는 문장들이었다. 그것들이 비장하게 나를 째려본다. 순간 빗장 걸어두었던 기억이 열리고 격 없이 놀았지만 깊이 갈망했던 시절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그것들은 오랜 인내 끝에 도를 터득한 것일까? 축적된 기록 사이로 축지법을 써 내 앞에 섰다.
반갑다. 친구들아. _(‘저자의 말’에서)
목차
1부. 우주적 생쇼
우주적 생쇼
귀에 물이 차다
비늘과 바늘
추
작은 행성에도 극은 두 개다
네가 나를 믿지 못하는 것이다
간단하다
해바라기
구두의 각도
군적도 사람들
스테인드글라스
나는 웃는다
젤
생각했다
난, 널―
고요하다
내 의도가 텅 비어있도록
나는 어쩌면
어떤 사건
가위를 누이다
계단
눈물은 너를 밀어낸다
내 눈동자 안에서
‘길’에 관하여
고무줄놀이
만두소와 만두피
미안하다
겨우내 당신을 생각합니다
눈이
고윙,
꼭 가고 싶은 곧
그렇다면 여전히 알 수 없는 당신의 모습은,
빨래 삶기
눈에 찬 사람 하나
Happy in your ear!
예를 들어,
당신은 그냥, 울었다
2부. 너의 초상화
너의 초상화
알 수 없는 너에게
선글라스 설명서
귓불에는 불성이 없다
닭다리 닭볶음탕
인생과 설사
똥칠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
콤팩트디스크
찌지뽕
겨울은 춥다, 라는 말
종이의 숫자
당시인이 드린 당신만의 것
나는, 웃었어
원(one)이
안은 사람과 조화를 꾸미는 자
나의 수학
트윗의 법칙
몽당연필
스프링
안경은 소망한다
나의 글임자
책장과 손
사다리꼴의 사랑
사랑 의자
두 볼에 단풍이 들었다
빛보다 빠른 물질은 있는가?
활을 쏘다
잔의 미학
내 칼이 칼이 될 수 없는 이유
어떤 이야기를 쓰려고 했다
아이, 부끄러워요
내 속으로
못과 망치
눈이 붓다
시계 침
보도블록의 법칙
절실성에 관한 것
눈사람
허리가 아픈 날이면
아무 생각없음에 관하여
Eye love eye
모래의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