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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센스 오리진-높은 산 09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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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센스 오리진-높은 산 09권

저자
148 저
출판사
엔블록
출판일
2019-12-18
등록일
2025-12-11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2MB
공급사
YES24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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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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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정의의 여신이 눈을 가린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 곳으로 치우치지 않기 위해서일까요,
아니면 애달픈 눈물을 감추기 위해서일까요.
그것도 아니라면, 환희에 차 위로 휘어진 두 눈을 보이지 않기 위함일까요.
그리고 정말 스스로 가린 것이 맞기는 한 걸까요.
여기, 미지와 신비와 위험이 가득한 곳 ‘산’에서,
떨어뜨리려는 사람들과 떨어지지 않으려 애쓰는 사람들,
떨어져 신음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속에서 다시 산을 올라야만 하는 남자의 이야기


“……날이 차마 울지도 못하는구나. 피를 너무 많이 마셨어.”

하나 그것도 잠시, 필립은 이내 호박처럼 딱딱하게 굳어진 눈동자와 떳떳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러라고 ‘우는 사자’라는 이름을 붙여주신 거 아니었습니까?”

독고 노인의 축 처진 눈꺼풀이 한 차례 파르르 떨리며 감정의 격류와도 같은 그 눈동자를 덮어주었다. 그리고 필립의 손목을 놓아 우는 사자를 다시 돌려보내며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독고 노인의 대답은 땅이 꺼질 깊은 한숨으로 시작됐다.

“본디 사자가 울 때는 한입에 숨통을 끊기 위함인 법. 내가 우는 사자를 이렇게 벼린 이유는 네 손에 어쩔 수 없이 희생될 자들의 고통을 덜어주려 함이었어. 한입에 삼켜진다면 그 고통은 최대한 덜할 테니까. 이렇게 발톱과 이빨에 피를 흥건히 적시려 함이 아니었거늘.”

“너무 감상적이시네요. 날의 목적은 상하게 하는 데 있습니다.”

“지키는 데도 있지. 네 차돌처럼.”

“차돌로도 찌르고 벨 수 있어요. 그냥 그러지 않는 것뿐이지.”

치기가 어려 목소리에 잔뜩 가시가 돋친 게 영락없이 할아버지 앞에서 떼를 쓰는 모습이었다. 가슴이 조금 부풀어 오르도록 코로 깊이 숨을 들이마신 독고 노인은 실낱을 자아내는 것처럼 아주 가늘게 숨을 내뱉으면서 눈을 떴다. 다시 드러난 그의 눈동자는 예전과 다름없이 맑고 자애로웠다. 독고 노인은 필립에게 다시 한 발짝 앞으로 다가가 두 손으로 필립의 두 손을 맞잡았다. 이번엔 그 어떤 빛도 날도 나타나지 않았다. 독고 노인은 그렇게 맞잡은 상태에서 꺼끌꺼끌한 엄지로 필립의 손등 위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래서 벴니? 아니면 찔렀니.”

브레인 스톰 덕에 그 어떤 감정의 변화도 보이지 않을 필립의 딱딱한 두 눈이 순간 깨질 것처럼 크게 흔들렸다. 뭐라 대답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막상 혀끝에 걸려 튀어나오진 않는지 입술을 달싹이고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였다. 그러다 침을 한 번 꿀떡 삼킨 후 손으로 배를 쓸어내리며 억지로 대답했다.

“그냥…… 그냥 일단 뜯어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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