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우리 시대의 화두 ‘종교’와 ‘용서’로 성찰하는 포스트모던의 시대와 공간
이 책은 데리다 후기 철학의 주요 주제를 다루는 두 개의 텍스트로 이루어져 있다. [신앙과 지식]은 1994년 2월 28일 이탈리아 카프리 섬에서 ‘종교’에 관해 행한 발표문이고, [세기와 용서]는 미셸 비비오르카(Michel Wieviorka)와 ‘용서’를 주제로 나눈 대화문으로 1999년 12월 《르몽드 데 데바(Le Monde des debats)》 9호에 실린 글이다. [신앙과 지식]은 데리다가 ‘종교적인 것의 회귀’라는 우리 시대의 현상을 ‘자가면역(auto-immunite)’의 논리에 입각해 상세하게 정식화한 첫 번째 책이라는 점에서, [세기와 용서]는 선물·정의·환대 등 데리다의 윤리적 입장을 대변하는 주요 키워드에 비해 국내에 소개된 적이 드문 ‘용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출간의 의의가 크다. 『신앙과 지식/세기와 용서』는 우리 시대가 직면한 화두인 ‘종교’와 ‘용서’로 포스트모던의 시간과 공간을 근본적으로 성찰하게 한다.
저자소개
1930년 알제리의 엘 비아르에서 유대계 집안의 아들로 태어났다. 유년 시절에는 운동을 좋아해 한때는 축구 선수를 꿈꾸기도 했으나, 학문에 대한 관심과 열정 또한 남달라 이른 나이에 장 자크 루소, 프리드리히 니체, 앙드레 지드, 알베르 카뮈 등의 작품들을 섭렵했다. 이후 대학 진학을 위해 파리로 옮겨 루이 르 그랑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 1952년 고등사범학교에 입학해 쇠렌 키르케고르와 마르틴 하이데거를 비롯한 본격적인 철학 공부에 들어갔다. 졸업 후에는 미국의 하버드 대학교에서 조교 생활을 하기도 했다.
데리다는 1964년 에드문트 후설의 『기하학의 기원』을 번역한 공로를 인정받아 장 카아비예스상을 수상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으며, 1965년 고등사범학교의 교수로 임명되었다. 다음 해에는 존스 홉킨스 대학교의 볼티모어 콜로키움에 참가했는데, 이는 이후 데리다가 미국을 자주 방문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1967년에는 『글쓰기와 차이』, 『목소리와 현상』, 『그라마톨로지에 관하여』 등 첫 저작 3권을 출간했다. 1979년 소르본느의 철학 강의를 맡으면서부터 데리다의 정치적 참여는 눈에 띄게 활발해졌다. 1981년에는 체코의 지식인들을 돕기 위한 얀 후스재단을 설립했는데, 이와 관련하여 프라하에서 불법적인 세미나를 조직했다는 이유로 감금되었다가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의 도움으로 풀려나기도 했다. 1983년 국제 철학 대학을 창립한 뒤 1984년부터 2004년 10월 9일 췌장암으로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고등사회과학원의 철학 교수직을 맡았다.
데리다의 연구는 문학, 언어학, 철학, 법학 그리고 건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분석 기제가 된 해체철학의 근간이 되었다. 1967년 데리다는 『목소리와 현상La Voix et le phenomene』『기록학에 관하여De la grammatologie』 『기록과 차이L'Ecriture et la differencee』 등의 세 권의 저서를 발표하는데, 이 저서들을 통해 그는 텍스트 읽기에 해체론적인 접근법을 도입했다.
데리다의 초기 작업은 음성 언어가 문자 언어, 기록 행위에 의존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줌으로써, 서양 형이상학의 음성 중심주의와 로고스 중심주의적 한계를 부각시키는 데 집중되었다. 반면 80년대 이후, 특히 [법의 힘] 이후 데리다는 이전의 작업의 연장선 위에서 마르크스주의를 포함하는 서양의 법적, 정치적 전통에 대한 해체작업을 수행하여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데리다의 작업은 이론적, 규범적 보편성에 기반한 서양의 정치적 전통을 존중하되, 동시에 이러한 전통이 간과해왔던 개인적 독특성을 법적·정치적 사유의 핵심 주제로 제시함으로써, 정치철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놓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목차
프랑스 파리10대학(낭테르)에서 [소쉬르의 시간문제]로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프랑스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프랑스 기호학을 강의하고 있으며, 주요 관심은 현대 사회와 문화를 기호학적 방법론으로 읽고 분석하는 것이다. 저서로 [언어와 시간](2000), [텍스트 의미론 강의](2004), [의미와 설화성](2006), [서사로 읽는 서사학](2009), [노랑신호등 ―포스트모던 비평의 지점](2012, 공저) 등이, 역서로 [일반언어학 노트](2007, 공역), [정념의 기호학](2014, 공역) 등이 있으며, 논문으로 [일반언어학 노트: 기호에서 가치로―텍스트 없는 텍스트성과 텍스트성 없는 텍스트 간의 긴장](2005), [기호사각형의 미결문제와 그 문화기호학적 함의](2015)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