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헤라클레스의 화살만이 10년간 이어져 온 트로이 전쟁을 끝낼 수 있으리라.” 아폴론의 신탁에 따라 오디세우스는 필록테테스를 전장으로 데려와야 하는 상황이다. 헤라클레스가 고통에서 벗어나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도와준 대가로 자신의 무구인 활과 화살을 필록테테스에게 물려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록테테스가 순순히 따라나설 리 없다. 원래 그리스군으로 트로이 원정길에 올랐던 그를 내버린 게 바로 오디세우스였기 때문이다. 극은 필록테테스를 설득하기 위해 오디세우스와 네오프톨레모스가 렘노스 섬에 도착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오디세우스는 간계를 쓸 생각이다. 네오프톨레모스를 이용해 필록테테스의 마음을 연 뒤 고향에 데려다주겠다고 속여 트로이로 데려가려는 것이다.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네오프톨레모스는 처음엔 오이디푸스의 음모에 동참한다. 그리고 필록테테스의 마음을 얻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곧 그것이 불의라는 결론에 이른다. 네오프톨레모스는 필록테테스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고 음모가 아닌 설득을 통해 그를 데려가기 위해 애쓴다. 필록테테스는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국가에 충성하는 것과 개인의 양심에 따르는 것, 어느 것이 정의인가. 소포클레스는 도덕적 딜레마에 빠진 네오프톨레모스를 통해 무엇이 ‘정의’인지 묻는다.
저자소개
고대 그리스 3대 비극작가의 한 사람으로, 기원전 497/6년 아테나이 근교의 콜로노스에서 무기 제조업자인 소필로스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희곡 속 인물들과 달리 소포클레스는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좋은 교육을 받았으며, 수려한 용모에 부와 건강을 고루 갖춘 것은 물론 동료 아테나이인들로부터 높은 존경까지 받았다. 15세에는 살라미스 해전의 승리를 감사드리는 찬신가를 선창했고,초기에는 비극작가겸 배우로도 활동했다.
그는 기원전 468년에 비극 경연 대회에서 아이스퀼로스를 물리치고 첫 우승을 거두었으며, 기존 두 명의 배우에 세 번째 배우를 추가하여 극적 갈등의 범위를 넓히고 코로스와 무대 장치를 개선하는 등 전통적인 비극의 형식을 서서히 바꿨다. 기원전 440년 후반쯤에 「아이아스」, 「트라키스 여인들」, 「안티고네」를, 기원전 425년경에 「오이디푸스 왕」을 상연한 것으로 추정된다. 소포클레스는 평생 동안 120편이 넘는 희곡을 썼는데, 전문이 온전하게 남아 있는 것은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 「엘렉트라」, 「필록테테스」까지 총 일곱 편이다.
그의 최대 걸작으로 평가되는 『오이디푸스 왕』은 아리스토텔레스도 비극의 모든 요건을 갖춘 가장 짜임새 있는 드라마라고 『사학』에서 극찬하고 있다. 현존하는 7편을 연대 순으로 보면 『아이아스』 『안티고네』『트라키스의 여인들』 『오디푸스 왕』 『필록테테스』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이다. 극작가로는 물론 정치인으로도 오래 활동했으며, 기원전 406년에 90세의 나이로 아테나이에서 숨을 거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