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네루다의 시는 언어라기보다 그냥 하나의 생동이다.” - 시인 정현종
관능적이고 야성적인 자연의 시인, 파블로 네루다
“네루다는 시 그 자체이다.” 정현종 시인이 칠레 시인 네루다를 우러러 위대한 시인이자, 가슴 뛰게 하는 시 자체라고 칭송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파블로 네루다는 1971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시인이다. 칠레의 역사와 더불어 영광과 고난의 길을 번갈아 걸은 그의 시는 대중의 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생명의 노래였다. 네루다가 가는 곳에는 언제나 대중과 시가 있었고 열렬한 환호가 있었다. 감각적인 언어를 구사하는 초현실주의 시인이면서 동시에 민중을 선동하는 혁명시인이기도 한 네루다. 그는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냉철하고 지성적인 시인이면서도 열렬한 사랑을 갈구하는 육감적인 연애시인이었다. 정현종 시인이 국내에서 최초로 번역한 네루다의『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는 초판 발행 당시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연애시집이다. 네루다의 고뇌에 찬 청년 시절의 정열과 칠레의 거친 자연이 혼재되어 있는 이 시집은 무엇보다 번뜩이는 영감과 실존의 기쁨과 육감적인 성애묘사로 네루다 시의 특징을 고스란히 보여 주고 있다. 시가 무언지도 모를 때부터 시를 노래했던 네루다에게 끊임없이 노래하게 만든 영감의 원천은 대자연이다. 산과 숲, 벌판과 꽃, 식물과 동물, 하늘과 땅, 비와 바람이 그것이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원천은 바로 사랑이다. 초기 시에 드러난 육감적인 성애묘사부터 후기시의 민중에 대한 사랑까지 네루다의 시는 사랑이 아니었던 적이 없었다. 여인의 육체를 탐닉하거나, 분노와 함성이 가득한 시를 쓸 때도, 일상적인 사물의 소박함을 기리는 시에서도 항상 그것은 꿈틀거린다. 그렇기에 네루다의 시는 만물이다. 정현종은 네루다의 시에 대해 ‘언어라기보다 그냥 하나의 생동’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네루다의 시를 번역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시는 리듬이기에 번역을 하면 그 맛이 사라져버린다. 그럼에도 정현종 시인은 끈질기게 붙들어 그만의 감각으로 번역해냈다.
저자소개
파블로 네루다는 철도노동자인 아버지 호세 델 카르멘 레예스와 어머니 로사 바소알토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그가 태어난 지 한 달도 되기 전에 죽었으며, 2년 뒤 가족은 남부의 '새로운 땅'으로 이주해 테무코에 자리잡았다. 아버지는 그곳에서 재혼했으며, 네루다는 계모를 친어머니처럼 사랑하였다. 뒤에 그는 그 당시를 회고하여 "조국의 개척지인 '머나먼 서부'에서 나는 삶과 대지, 시, 비 속에서 태어났다"고 썼다.
그는 1910년 테무코 남자국민학교에 들어가 1920년 중등과정을 마쳤다. 10세에 시를 쓰기 시작했는데, 그 일부는 나중에 학생잡지에 실렸으며 처음에는 아버지의 노여움을 사지 않으려고 가명을 썼다. 1920년부터 파블로 네루다라는 이름을 쓰기 시작했으며, 1946년에는 법적으로 이름을 바꿨다. 12세 때 칠레의 저명한 시인 가브리엘라 미스트랄을 만나 위대한 고전작가들에 대해 눈을 뜨게 되었다. 이들은 그가 진로를 선택하고 정치적으로 성장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그는 전투적 무정부주의자가 되어, 표트르 크로포트킨의 '무정부주의적 공산주의'에 대한 탁월한 이론가 장 그라브의 저서를 번역했다.
파블로 네루다는 자신의 시와 정치 사상을 통해 동시대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한 작가였다. 그는 고국인 칠레에서 국가적 영웅으로 칭송받았고, 폭 넓은 일반 독자층으로부터 평범한 삶의 찬양자이자 국민적 정체성의 창시자로서 존경받았다. 그래서 산티아고의 어느 판자촌에서는 그의 이름을 따라 마을명을 정하고, 그의 시집 제목을 따라 비포장도로명을 붙이기도 했다.
칠레 밖에서 볼 때도 네루다는 시대를 통틀어 가장 많이 번역되는 시인으로서,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소설에서 그랬듯이 그 지역의 특징적인 목소리이자 전세계적인 영감과 영향력의 원천으로서 라틴아메리카 시에 크게 기여했다. 네루다는 무려 2천 페이지 이상의 30권이 넘는 책을 출판하며 시적 발전을 이룩했는데, 그 발전은 20세기의 개인적 방랑과 시적 표현의 역사를 잘 반영해준다. 다른 어떤 시인도 그만큼 재주가 많거나 다차원적이지는 못했다.
네루다는 격렬한 주관적 연애 서정시에서부터 라틴아메리카의 역사와 정치를 다룬 서사시까지, 또 일상적인 사물들에 대한 오드 즉 송시에 이르기까지, 세상의 모든 현상을 탐구와 의미의 강력한 형태로 외관상 굴절시켰다. 1971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시집으로는 『지상의 거처ⅠㆍⅡㆍⅢ』 『모두의 노래』 『단순한 것들을 기리는 노래』 『이슬라 네그라 비망록』 『충만한 힘』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