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이 모토지로우 단편선
어둠속에 켜진 불은, 그의 텅 빈 머릿속에 켜진 불이기도 했다. 그는 살아있음을 느꼈다. 한 개비의 성냥불이, 불길이 꺼져 잿불이 되고 나서도 어둠에서도 얼마만큼의 밝기를 유지하고 있다는 걸 그는 처음으로 알았다. 불이 완전히 꺼졌지만 얼마동안은 잔상이 그를 이끌었다―
돌연 커다란 음향이 들판 가장자리에서 일었다. 휘황한 빛이 열을 지어 그의 눈앞을 가로질렀다. 빛의 물결은 땅으로 퍼지며 그의 발치까지 밀려왔다. 기관차의 연기는 불빛이 되어있었다. 빛의 반사로 인해 빨갛게 보이는 화부가 움직이고 있었다.
-'지난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