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신정변과 조선총잡이, 죽다
“책 내려주세요”
“저작권법 위반했습니다”
“성명권 위반, 초상권 위반, 제2차 저작물권 위반입니다”
“직접 다운로드해서 책을 확인해 봤는데 허락을 맡고 쓰셨나요?”
kbs 출판팀의 전화내용이다. 책을 허락맡고 썼느냐는 그 질문이 가장 황당했다. 시청자 후기를 묶어서 책을 냈는데, 그렇다면 내가 드라마를 볼 때마다 드라마 제작팀한테 후기를 써도 되냐고 묻고서 써야된다는 말인가? 참 쇄국정책 질기다. 해병대 군생활이 생각난다.
“화장실 갔다와도 됩니까?”
군대는 화장실도 묻고 가야한다. 우리나라 저작권법이 강자에게는 강하고, 약자에게는 약하다. 약자는 저작권을 뺏겨도 못찾고, 강자는 저작권을 약자들이 공유해서 이용하길 거부한다. 군대를 갓 제대한 대학 복학생들이 저지르기 쉬운 가장 큰 실수.
“화장실 다녀와도 되나요?”
이런 내용은 쇼생크 탈출 마지막 장면에도 나온다. 앤디(팀 로빈스)의 절친, 레드(모건 프리만)이 노년에 출소했다. 슈퍼에서 일자리를 얻고서 넓은 사회에서 혼자만의 고독한 감방생활을 하는데.... 레드에게는 친구가 없는 사회가 더 감옥이다. 마음의 감옥. 슈퍼에서 한참 일아하다가 오줌이 마렵자, 직원에게 묻는다.
“화장실 다녀와도 되나요?”
화장실을 가는데 허락을 맡아야만 하는가? 그렇다면, ‘화장실 가지마’라고 하면 가지 말아야하는가? 맞다. 가지 말라고 하면 가지 말아야하는 그런 시대가 있었으니, 조선시대 쇄국정책의 시대였고, 군부독재의 시대였다. 그때는 인간성이 멸종된 시대였다. 저작권법도 그렇다. 창작성을 멸종시키는 그런 저작권법은 군부독재처럼 싸늘하다.
조선총잡이 드라마 참 잘 봤다. 공영방송, 국민방송 KBS가 야심차게 꺼내놓은 드라마. 결혼의 여신에서 열연했던 남상미가 펼친 드라마여서 나는 더더욱 좋아했다. 결혼의 여신에서 그녀가 보여준 슬픔과 고독과 갈등의 연기력은 나의 뇌리에 깊에 남아았다. 조선여인으로서 새로운 연기력을 펼치는데.... 압권.... 그래서 나는 시청자 후기를 꼬박꼬박 썼다. 물론 빼먹은 것도 있지만....
근데, 그것을 책으로 출판해서 등록했더니 웬걸?? 저작권법 위반이라고 판결하듯 총을 쏘는데, KBS가 무섭기까지 했다. 국민의 방송이 맞나요?라고 내가 묻기까지 했으니... KBS는 KBS 법무팀에 넘겼다고 하니.... 나는 아는 법무사도 없고, KBS는 법무팀까지 있고, 내가 불리한 싸움. 그래서 내렸다. ‘조선총잡이와 갑신정변’은 그렇게 책으로서 죽었다.
그 책 별로 팔리지도 않았다. 팔릴 이유가 없지 않는가? 시청자 후기인데 누가 살까? 단지, 내가 쓴 시청자 후기들이 아까우니까 나의 남는 시간들을 열심히 손품해서 책으로 쓴 것인데, 너무 야박하다. KBS가 만약 그렇게 저작권법으로 제단하듯 한다면 앞으로 KBS는 고만고만한 방송밖에 더 되겠는가? 쇄국정책은 결국 고립되고 만다.
지금이라도 KBS가 저작권법 정책을 과감히 ‘창작성을 위한 공유방향’으로 급선회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인용의 범위를 조금만 넓혀준다면 ‘시청자 후기’를 저작권법 위반의 시퍼런 칼날로 겨누지는 않았을 것이다. 국민의 방송이 국민을 위협하는 저작권법 총칼이 아니고 무엇인가? 특히나, ‘조선총잡이와 갑신정변’의 책을 향해서 “내려달라”고 요청했으니....
나는 시청자로서 또한 KBS의 요청을 받아드리고, 더불어 조선총잡이에서 말하듯 칼의 유약함으로 책을 내렸으나, 앞으로 KBS가 더욱 발전하고 더 좋은 드라마를 제작하길 원한다면 시청자들의 목소리를 진심으로 듣고서, 시청자들이 공감하는 드라마를 제작하고, 시청자들의 창작성을 억압하는 그런 저작권법 정책을 과감히 제거하길 기대한다.
2014년 9월 18일
서울교육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