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 에디스 네스빗 고딕 소설 단편선 | 아라한 호러 서클 185
「그림자 The Shadow」(1905)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들. 남자 하나 여자 둘. 이중에서 둘은 결혼해서 가정을 꾸렸다. 남은 여자, 미스 이스트위치는 아직 미혼으로 가정부 일을 하고 있는데,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젊은 아가씨들의 요청에 따라 유령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실 미스 이스트위치 자신의 이야기고, 작가 네스빗의 이야기다.
미스 이스트위치가 들려주는 이야기, 그 얼개는 단순하다. 그림자라는 제목이 암시하는 자책, 비밀, 삶의 어두운 면들도 상투적인 메타포다. 그런데 새카만 웅덩이처럼 웅크린 그림자 속에 굉장히 많은 상징들을 녹여서 풀어내는 작가의 필치는 독특하고 매혹적이다.
삼각관계, 남겨진 하나만의 분노, 둘이 공유한 죄의식, 육체적 관계를 통해 셋이 공유한 어떤 병마의 그림자…… 표현하지 않는 것들을 아주 많이 담아내고 있는 고딕 단편. 참고로 작가 네스빗의 남편은 작가의 절친인 앨리스와 지속적으로 외도를 일삼았다. 분노하고 절망하던 네스빗은 앨리스를 내치지 못하고 오히려 함께 생활했다고 한다. 네스빗은 남편과 앨리스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들을 입양해서 키웠다. 네스빗의 혼돈과 격정의 결혼 생활이 트라우마로 투영된 여러 작품 중에 하나.